
하트맨 영화 후기
영화를 보러 갈 때 제일 고민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예고편은 별로인데 배우나 감독 이름은 믿을 만할 때입니다. 저도 하트맨을 보러 가기 전에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5년 동안 창고에 있다가 나온 영화라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기대는 안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보고 판단하자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고, 예상과 다른 지점들을 여럿 발견했습니다.
아역 배우가 살린 영화의 중심
하트맨은 이혼남 최승민(권상우)이 첫사랑 한보나(문채원)를 다시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문제는 보나가 노키즈 캠페인을 하는 사진작가라는 점입니다. 승민에게는 초등학생 딸 소영이가 있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연애를 시작합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중심으로 로맨틱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를 오갑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역 배우 김서원의 연기력입니다. 영화 전체에서 이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큽니다. 단순히 분량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영화의 톤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어른스러운 면과 아이다운 면을 오가는 연기가 자연스러웠고, 특히 학교에서 남자아이와 연애하는 장면들은 억지 코미디가 아닌 상황 자체에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상황 코미디(Situational Comedy)'란 인위적인 개그가 아니라 캐릭터가 처한 상황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발생하는 연출 방식을 의미합니다. 하트맨은 초반부를 제외하면 이런 방식으로 웃음을 유도합니다. 아역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들이 대부분 이 패턴을 따르기 때문에, 지루해질 법한 타이밍에 영화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본 상영관에는 50대 관객 두 분과 저희 부부, 그리고 뒤쪽에 혼자 오신 중년 남성까지 총 다섯 명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뒤쪽 관객분이 가장 크게 웃으셨는데, 특히 아역 배우가 나오는 장면에서 반응이 컸습니다.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웃음 포인트가 있었고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러닝타임(Running Time)은 100분으로, 여기서 러닝타임이란 영화가 시작부터 끝까지 상영되는 총시간을 의미합니다. 100분이면 1시간 40분 정도로 최근 영화들 중에서는 짧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가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가족 영화로서의 정체성과 한계 고려해야할 요소
하트맨은 제목만 보면 히트맨 시리즈와 연결될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른 영화입니다. 2015년 아르헨티나 영화 '노키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의 기본 플롯을 따라가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더했습니다. 감독은 최원석 감독으로 히트맨 시리즈를 연출한 인물입니다. 권상우와의 호흡도 이미 검증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히트맨 2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억지 개그가 너무 많았고, 1편에서 보여줬던 자연스러운 흐름이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하트맨은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느꼈습니다. 억지스러운 장면이 아예 없진 않지만, 히트맨 2보다는 훨씬 절제되어 있었습니다.
영화의 장르를 분류하자면 '패밀리 드라마(Family Drama)'에 가깝습니다. 패밀리 드라마란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와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를 말합니다. 하트맨도 결국 아버지와 딸, 그리고 새로운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충돌을 다룹니다. 로맨틱 코미디적인 요소는 초반부에 집중되어 있고, 중반 이후부터는 가족의 의미를 탐색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영화의 전개가 대부분 예측 가능했고, 특히 엔딩은 지나치게 올드한 방식으로 마무리됩니다. 제가 '설마 이렇게까지 하진 않겠지'라고 생각한 것보다 더 과한 연출이 나왔습니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웃음이 나올 정도로 당황스러웠지만, 어떤 관객들은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권상우 배우의 코미디 연기는 이미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동감, 내 깡패 같은 여자친구, 과외하기 같은 초기작부터 히트맨 시리즈까지, 그는 꾸준히 자신만의 코미디 색깔을 구축해 왔습니다. 하트맨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런 뚝심은 응원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영화계에서 코미디 장르를 꾸준히 시도하는 배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출처: 한국영상자료원).
제 아내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고, 아역 배우가 정말 잘했다"는 평가였습니다. 히트맨 2를 볼 때는 중간에 나가고 싶어 했는데, 하트맨은 끝까지 집중해서 봤습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봅니다.
영화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추천
- 신선한 전개나 반전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음
- 아역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큼
- 12세 관람가지만 스킨십 장면이 꽤 자주 나옴
하트맨은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창고에 5년간 있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기대를 낮추고 본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아역 배우의 연기력과 가족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권상우 배우의 코미디에 대한 애정도 느껴졌고, 이런 시도들이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영화관에서 가볍게 보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