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도시3 솔직 후기
범죄도시 시리즈를 볼 때마다 "이번엔 빌런이 누구지?"라는 궁금증부터 생기는데, 정작 3편을 보고 나니 이상하게도 악역이 잘 기억나지 않더군요. 저는 1편과 2편을 극장에서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자연스럽게 기대하며 관람했습니다. 역시나 마동석 특유의 시원한 한 방 액션은 여전했고, 현실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범죄 문제들이 영화 속에서 통쾌하게 정리되는 장면들은 스트레스를 확 풀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작들과 비교하면서 보니, 이번 작품은 안정적인 재미를 주는 동시에 시리즈 특유의 한계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매 편마다 강렬한 빌런을 배출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1편의 윤계상, 2편의 손석구는 각각 광기와 잔혹함으로 관객에게 공포감을 심어줬죠. 여기서 '공포감'이란 단순히 무서운 장면이 나온다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폭력성과 살의가 느껴지는 캐릭터의 본질적 위협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번 3편의 빌런들은 상대적으로 평면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주성철과 리키 모두 '마약을 찾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동일한 행동 동기를 가지고 있어서 캐릭터 간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강해상은 그 자체로 죽이는 행위가 목적인 순수 악에 가까웠고, 복도를 피칠갑으로 만드는 장면은 관객에게 실제 공포를 전달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리키의 액션은 잔혹 묘사를 줄여서인지 살벌함이 너프 된 느낌이었고, 주성철 역시 말끔한 외모와 달리 인정사정없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작 빌런들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범죄 스릴러에서 빌런의 존재감은 주인공의 활약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핵심 요소인데, 이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영화의 초점 : 마약 추적, 전개 속도를 늦춘 원인
이번 작품은 '나쁜 놈이 어디 있냐'보다 '마약이 어디 있냐'에 초점을 둡니다. 마약 유통 경로를 추적하며 공급자를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죠. 여기서 '마약 유통 경로'란 제조-공급-판매로 이어지는 범죄 조직의 거래망을 의미하며, 영화는 이 구조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추적 구조는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마약 누가 팔았어, 누가 만들었어'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석도가 감 좋은 형사라는 설정은 이해하지만, 대부분의 전개가 "딱 보면 알지, 느낌이 안 좋아"라는 대사처럼 주인공의 직관에 의존하는 점도 개연성을 약화시켰습니다.
리키와의 두뇌 게임은 나름 신선한 시도였지만, 그 과정까지 도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영화의 템포가 느려진 감이 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빠른 전개와 시원한 액션인데, 마약 추적 서사가 이 강점을 다소 희석시킨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액션의 시원함, 여전히 건재한 시리즈의 핵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3의 액션은 여전히 시리즈 최고의 강점입니다. 첫 액션 시퀀스부터 다양한 회피 동작과 연타를 구사하는 마석도의 모습은 이전 작품들과 차별화된 요소였습니다. 영화는 마석도가 20살 때 복싱을 그만두고 경찰이 되었다는 배경을 깔아 두며, 액션의 근간이 복싱에 있음을 명확히 합니다.
여기서 '복싱 기반 액션'이란 정통 격투기의 스텝과 가드, 카운터 펀치를 활용한 전투 방식을 의미합니다. 저는 범죄 액션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디테일을 반갑게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샷건 펀치를 휘두를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주변부가 파괴되거나 상대가 쓰러질 때 게임처럼 비현실적인 효과음이 들리는 연출은 타격감을 극대화했습니다.
마석도, 주성철, 리키의 제각기 다른 배틀 스타일도 액션을 다채롭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개인적으로 범죄 조직을 상대할 때 보여주는 거침없는 모습은 이 시리즈를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 덕분에 분위기가 무겁지 않아 좋았고, 화려한 연출보다는 캐릭터의 매력과 액션의 시원함이 중심이 되는 영화라서 가볍게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또한 조연 캐릭터들의 생활감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김만재는 말투나 행동거지가 진짜 형사 같아서 마석도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시리즈 최고의 신스틸러인 장희수의 활약이 쿠키 영상 말고는 전무했던 점은 아쉬웠지만, 이는 다음 4편을 위한 복선이 아닐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범죄도시3는 전작들의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시리즈 특유의 한계를 함께 드러낸 작품입니다. 빌런의 존재감 부족과 다소 늘어진 마약 추적 서사는 분명한 단점이지만, 마동석 특유의 캐릭터성과 강력한 액션은 여전히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습니다. 관객이 기대하는 시원한 액션과 통쾌한 전개를 충실히 보여주는 점에서, 상업 영화로서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정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오락 영화로서, 더 치열하고 매력적인 빌런이 등장하는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